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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
누구나 자연을 마음껏 누릴 권리
(2021년 03월 기사)

스웨덴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
누구나 자연을 마음껏 누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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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3월 기사)
기고: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25기 이윤수
안녕하세요, 올 봄학기 스웨덴의 룬드 대학(Lund University)에서 교환학생을 지낸 미래에셋 25기 이윤수입니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이 많은 교환 학생이었지만 지난 6개월간의 스웨덴 생활 덕분에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것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이번 웹진을 통해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이라는 스웨덴만의 독특한 관습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이란?

스웨덴어로 '모든(alle)' '사람들(man)'의 '권리(rätten)'를 뜻합니다. 이에 따라 스웨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자연을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으며, 이것이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alle)' '사람들(man)'의 '권리(rätten)'를 표현한 그림
광활한 대자연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스웨덴인들 사진
광활한 대자연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스웨덴인들
사람과 동물이 자연에서 공존하는 목가적인 풍경 사진
사람과 동물이 자연에서 공존하는 목가적인 풍경
  • 개인의 땅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소유자의 집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된다.
  • 사유지의 울타리, 농장 및 문을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의 마당에 들어갈 수는 없다.
  • 버섯과 베리류, 야생의 꽃과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울 수 있다. 사유지에 있는 나뭇가지도 주울 수 있다.
  • 살아있는 나무에서 가지, 잎 또는 견과를 가져갈 수 없다.
  •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 불을 피울 수 있다.
  • 어디서나 하루 동안 텐트를 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집과 가까우면 안 된다. 캠핑카로 야영하고 싶으면 땅 주인에게 먼저 요청을 해야 한다.
  • 개인 소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이 필요에 따라 금지할 수 있다.
  • 어디서나 수영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보트를 타거나 그 보트를 선착장에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변이 개인의 소유인 경우는 아니다.
  • 개인 소유 해변에서 머물 수 있지만 그 해변 소유자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 야생 동물에게 피해가 가도록 개를 풀어놓아서는 안 된다.

이 중에서 제가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부분은 2번과 5번이었습니다.

사유지의 울타리, 농장 및 문을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의 마당에 들어갈 수는 없다.

아래 사진은 파견 기간 동안 제가 가장 즐겨 찾았던 집 근처 산책로입니다. 사실 이곳은 개인 소유의 말 농장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처음에 '왜 여기는 사람 다니는 길에 말을 풀어놨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오히려 제가 말들이 사는 곳을 함부로 지나다닌 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러한 착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스웨덴 사람들은 이곳을 마치 제집처럼 자연스레 드나들고,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집 근처 산책로에 펼쳐진 말 농장의 한가로움 사진
집 근처 산책로에 펼쳐진 말 농장의 한가로움
수려한 자연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스웨덴 사회 사진
수려한 자연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스웨덴 사회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 불을 피울 수 있다.

다음으로, 여기도 역시 제가 살았던 집과 학교 건물 사이에 위치해 있었던 시립공원이었습니다. 이 곳도 엄연히 시(municipality)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규제없이 마치 개인 소유지처럼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친구들과 함께 각종 과일과 소시지를 사다가 바비큐를 해먹기도 했습니다(이곳에선 워낙 흔한 일이라 마트에서 일회용 바비큐 도구를 따로 판매할 정도입니다!). 한국의 공원들은 대체로 화재위험에 대비해서 화기사용이나 취사 등을 원천적으로 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아서 신기했습니다.

자연에서 바베큐하는 사진
화재에 주의하기만 하면 자연에서 불을 피우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의 소중한 권리, 그럴수록 더 중요해지는 공동체

스웨덴은 유럽국가들 중에서도 개인주의가 가장 뚜렷한 국가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의 보호가 더 강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정반대로 자연에 관해서는 공동의 소유를 인정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나름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제 나름으로 내린 결론은 '내가 남들에게 간섭 받기 싫은만큼, 나 역시 남에게 간섭하지 않는다'입니다. 아무리 내땅이라 해도 마당까지 들어와서 나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크게 방해하지 않는 한 남들에게 간섭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나는 내 집에서 무엇을 하든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보장받는 것입니다.

스웨덴 시내 전경 사진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견고해지는 공동체
'여기까지 내 땅이니 이 선 넘지마'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누군가는 어떤 이유에서든 분명 거기를 넘나들테고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번번이 고생할 바에야 차라리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개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절약한 자원들을 오로지 나에게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엔 조금 이상했지만 곱씹어 볼수록 상당히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해결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렇게 보니 스웨덴처럼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나라가 어찌해서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하게 됐는 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교환학생을 가서 만난 스웨덴 친구가 이 '알레만스래텐'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해주려 굉장히 공을 들일 때만 해도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알레만스래텐에 그곳 사람들이 중요시 하는 가치들이 많이 녹아있는 듯 합니다. 각자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는 사회적 합의 하에서 서로 뭘하든 간섭하지 않으니, 구태여 남들과 나 자신의 행동을 비교할 필요가 없어져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여전히 좀 차갑고 정없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타국 생활하는 거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 접근 방식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곳에서 살아볼 수 있어서 이 자체로도 매우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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